‘인터넷 개인 방송’은 ‘방송’이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를 중심으로 정부의 인터넷 개인 방송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 개인방송 사이트가 방심위로부터 시정요구를 받은 건수는 2015년 81건, 2016년 상반기 42건에 이르고, 성인방송 위주였던 ‘썸TV’에 대해서는 폐쇄 결정이 내려졌다.

부가통신사업자가 음란물 유통을 방치한 데 대해 시정명령 및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고, 부가통신사업을 현행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하고 당국이 모니터링과 자율규제 운영 현황을 평가해 등록을 취소하는 등 방송 사업자 규제와 유사한 직접 제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가치 있는 표현만 보호하는 게 아니다

인터넷 개인방송 사이트 대부분은 욕설이나 노출 등 저속하고 선정적인 내용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 문제된다. 이 중 어떤 BJ가 실제 성행위까지 중계했다는 극단의 사례는 이러한 규제론을 정당화하고, 상당수의 여론 역시 청소년 보호 등을 이유로 막장으로 치닫는 인터넷 개인 방송 콘텐츠를 응당 규제해야 한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 개인 방송이 ‘방송’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감히 방송에서 이런 것이?’라는 생각으로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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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시각이 타당할까. 우리가 ‘방송’(흔히 TV 매체를 통한 지상파 방송)에 대해 건전성과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희소한 전파 자원, 즉 채널을 분배받은 소수의 방송 사업자가 스스로 제작한 콘텐츠를 일방향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어떤가. 철구의 방송에 관심을 갖고 이를 굳이 찾아 클릭하여 보기 전에는 일반 네티즌에게 철구의 방송을 접할 수 있는 우연한 기회란 존재하지 않는다. 방송과 달리 인터넷은 이용자들의 기호와 욕구에 따른 취사선택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행동을 통해 접근을 결정하는 쌍방향적 매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인터넷 개인 방송’은 ‘방송’이 아니다. 표현 형태가 동영상이고 마치 방송과 같이 진행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비유적으로 쓰인 명칭일 뿐이다. 누군가가 유튜브에 아기의 재롱 동영상들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귀여워하길 바라며 올렸다고 방송인이라고 할 수 없고, 블로그를 운영하며 다양한 글들을 올린다고 해서 언론인이 아니듯이 말이다. 즉, 인터넷 개인 방송 역시 이러한 일반인들의 개인적인 표현물들과 다를 것이 없다.

이러한 개인의 표현물에 방송 콘텐츠와 같은 기준으로 ‘건전성’을 강요하는 것이 옳을까? ‘불법’적인 것들은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해도, 단순히 욕설이나 노출(벗방), 일상에서도 흔히 쓰이는 편견 발언 등을 이유로 (물론 청소년유해정보의 경우 청소년접근제한조치를 취했다는 전제에서) BJ 혹은 사업자가 제재 받는 것은 옳지 않다. 표현의 자유는 가치 있는 표현만을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저속’, ‘유해’, ‘불건전’과 같이 시대, 사람마다 다른 가치 상대적인 기준으로 개인의 표현에 대한 허가 여부를 국가가 재단해선 안 된다는 의미이다. 저속하고 불건전한 것들도 이미 존재하는 문화이며, 이는 헌법재판소도 판시한 바와 같이 성인들의 ‘알 권리’의 대상이다. 오프라인 세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유해하다고 여길 수 있는 술, 담배, 욕설, 원나잇이 ‘금지’될 수는 없는 것처럼, 이는 성인에게 있어서 자유의 영역이며 성인의 접근까지 금지되어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또한 인터넷 개인 방송 서비스 사업자는 불특정 다수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각자 제작한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을 뿐 콘텐츠를 제작하는 자가 아니다. 이러한 사업자에 대해 그 곳에서 유통되고 있는 수많은 동영상들 중 일부의 내용을 문제 삼아 이들의 유통을 사전에 방지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관리 책임을 묻는 것이 정당한가? 놀이공원에 바바리맨이 등장했다고, 혹은 서점에 유통하던 책이 나중에 저작권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이유로 사업주를 제재할 수 있을까? 내 블로그에 다른 사람이 특정인을 욕하거나 도박, 성매매 사이트 홍보글을 올렸다면?

특히 온라인상 표현물(정보)의 매개자·유통자의 지위에 있는 이러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해당 서비스 내에 유통되고 있는 모든 정보에 대한 일반적이고 상시적인 감시 의무나 엄격한 유통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제재를 두려워하는 사업자들이 과도한 사적 검열을 행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경직되고, 인터넷이 가지고 있던 장점, 즉, 누구나 일종의 권력자의 허락없이 자유롭게 정보 전달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파괴되는 것이다.

만일 철구의 방송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이를 본 사람이 철구의 방송 내용이 너무나 저급하다고 느껴져서 철구와 그의 방송을 욕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아프리카 TV에 당장 올리고 싶은데, 아프리카 TV의 사전 심의 절차가 있다면?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이유로 걸러지지는 않을까? 성기 모형을 가지고 올바른 콘돔 착용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만들고 싶은데 음란물 혹은 성인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부담 때문에 제작 의지 자체가 꺾이는 이용자도 태반일 것이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국제적으로는 이러한 ‘정보매개자’들에게 일반적인 감시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되고, 사후적으로 특정된 정보에 대하여 사업자가 명백히 불법성을 확인하고도 방치한 정보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는 원칙이 정립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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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판단하는 문화 건전성? 팟캐스트도, SNS도 심의 대상될 수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횡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가 국민의 문화 건전성을 판단하고 ‘금지’나 ‘제재’ 일변도로 달성하려는 의식이 이 사회에는 더욱 해로울 수 있다는 말이다. 당분과 나트륨 범벅이지만 너무나 맛있어서 잘 팔리는 음식을 만든 요리사나 레스토랑 업주를 국민 건강에 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제재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과도한 당분과 나트륨의 유해성을 알리는 정보를 접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소비를 제어해나간다.

인터넷 콘텐츠도 마찬가지이다.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면서 합리적 콘텐츠 소비로 이끌 수 있는 이용자 중심의 해결책을 모색하여야 한다. ‘불법’ 콘텐츠의 경우에는 행위자를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되고, 사업자의 경우 현행법상으로도 일정 요건 하에서 유통 책임을 진다.

일련의 규제 시도 속에 ‘온라인상 불건전한 문화가 판을 치게 된 것은 이를 유통하고 수익을 얻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탓이다’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이상, 이러한 규제 경향은 비단 인터넷 개인 방송 서비스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당장 팟캐스트도 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라이브 방송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SNS나 포털 서비스도 모두 그 대상이 될 것이다. 결국 모든 국민의 사적 표현물에 대하여 국가가 행하고 싶은 심의를 서비스 사업자가 대신 하도록 압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문화는 규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 이용자들의 숨통만 조이는 사업자를 통한 검열은 결국 해외 서비스로의 이탈을 초래할 것이고 국내 인터넷 산업과 창조경제는 쇠락의 길로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