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가 억대 수입 올린다는 인터넷 개인방송의 세계

장면 1. 떡볶이, 튀김, 순대, 그리고 콜라 1.5L 페트병 하나. 모니터 앞에 이 모든 음식이 깔린다. 남성은 걸쭉한 사투리를 구사하며 음식을 계속 입으로 가져간다. 음식을 씹는 소리가 스피커로 생생하게 전달된다. 떡볶이가 무척 매운 듯 얼굴엔 땀이 흥건하고 ‘습~허’ 하는 소리까지 퍼진다. 하지만 젓가락은 쉬지 않고 움직인다. 성인 남성 한 명이 모두 먹기에는 버거워 보이는 양의 음식들이 조금씩 바닥을 드러낸다.

장면 2. 핫팬츠와 민소매 티를 입은 미모의 여성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연신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주제가 모아지지 않는 잡담이 이어진다. 그리고 갑자기 빠른 비트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성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유연한 몸놀림 가운데 신체의 특정 부위가 강조되기도 한다. 춤이 노골적일수록 채팅창의 반응도 달아오른다. 폭죽이 터지는 모양의 이모티콘이 수시로 뜬다.

위 장면은 인터넷으로 개인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프리카TV 방송 중 한 장면이다. 첫 번째는 ‘범프리카’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BJ의 방송이다. BJ(Broadcasting Jacky)는 인터넷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시청자들은 아이디와 붙여서 ‘BJ범프리카’로 부른다. 두 번째는 ‘BJ박가린’의 방송이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인형 같은 얼굴과 가녀린 몸매로 유명하다. 현재까지 423만명 이상이 그녀의 방송을 시청했다. 인터넷 개인방송의 가장 큰 매력은 남녀노소 누구나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TV는 작년 기준으로 491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개인방송 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다. 최근에는 모바일 서비스를 도입하여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150만명을 돌파했다.

인터넷 개인방송 중 게임이 제일 많아

매일 자정쯤이면 어김없이 개설되는 인터넷 개인방송국의 먹방 채널. 방송 진행자인 BJ들은 거리낌 없이 자신의 식탁을 생중계한다.

인터넷 개인방송이 출범했을 때만 해도 기존 텔레비전의 역할을 대신하거나 성인방송을 보기 위한 창구 정도로만 이해됐다. 아프리카TV의 이슈들을 다룬 블로그 <아프리카 헤럴드>를 운영하는 A씨에 따르면 초기의 인터넷 개인방송은 성인물과 지상파 방송이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 플랫폼이 시장에서 뜨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은 저작권법이 생기고 성인물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어 이런 방송은 찾아보기 힘들다. A씨는 “대신 젊은층 사이에서 온라인 게임이 상당한 인기를 끌다 보니 게임방송이 급속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TV에선 BJ들의 랭킹을 확인할 수 있다. 랭킹은 해당 BJ에 대한 추천 수 30%, 최고 시청자 수 40%, 팬클럽 증가 수 10%, 스티커와 초콜릿(소박스1 참고) 수 20%의 비율로 산정한다. 이 랭킹을 살펴보면 어떤 유형의 방송이 인기가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1위부터 100위까지의 순위를 살펴보면 2013년 10월 현재 19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게임 전문 BJ들이다. ‘게임’이란 키워드로 검색되는 BJ의 수는 3만7936명이다. 게임방송은 실제로 아프리카TV의 콘텐츠에서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아프리카TV의 홍보담당 B씨는 “실시간으로 평균 5000개의 생방송이 개설되는데 그중 게임방송이 차지하는 비율은 50%가 넘는다. 서비스하는 콘텐츠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 시청자도 많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먹방 또한 급부상하고 있는 방송 유형이다. 먹방은 ‘먹는 방송’의 줄임말이다. 현재는 전체 방송의 5%를 차지하고 있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하루 3000개 정도의 방송이 개설된다. 고유 시청자 수는 15만명 정도다. ‘먹방’이란 단어가 생기기 이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방송은 이미 2008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먹방 카테고리가 따로 개설된 것은 올해 3월이다. 현재 아프리카TV 내에서 먹방이란 제목을 달고 방송을 진행하는 BJ의 수는 3502명이다.

춤을 주제로 방송하고 있는 ‘BJ인여니92’ 김효제씨는 “초반에 게임방송이 많지 않았을 땐 하루 평균 4000명 정도가 춤방송을 시청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대다수의 시청자가 게임방송이나 먹방으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국트렌드연구소의 김은미 연구원은 “현대인들이 큰돈을 들이지 않고 자신의 심리적 결핍을 치유하려는 과정에서 찾아낸 것이 먹방”이라고 했다. 미각이 주는 쾌감은 크지만 금전적인 한계로 무한정 음식을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남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별풍선이 어떻게 돈이 되나?

인터넷 개인방송이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떠오르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 ‘별풍선’이 바로 그것이다. 별풍선은 시청료 명목으로 시청자가 BJ에게 선물하는 유료 아이템이다. 계산은 인터넷에서 개인 신용카드로 한다. 2007년 11월 19일에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당시에는 최초의 UCC(User Created Contents·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 수익모델로 각광받았다. 선물받은 별풍선이 일정 개수 이상이 되면 BJ는 그것을 회사에 현금으로 환전해 달라고 할 수 있다. 아프리카TV에서 주기적으로 뽑는 베스트BJ에 선정된 BJ는 별풍선을 500개 이상 받으면 환전 신청할 수 있고, 일반BJ는 1000개 이상부터 가능하다. 별풍선은 개당 100원인데 베스트BJ는 그중 70원, 일반BJ는 60원을 가져간다. 나머지는 회사 측이 가져가게 된다. 소득세와 주민세를 포함한 세금은 따로 부과된다. 예를 들어 별풍선 1000개를 환전 신청한 베스트BJ는 개당 70원으로 계산한 7만원에서 3.3%의 세금을 공제하고 6만7690원을 받게 된다.

일정 개수 이상의 별풍선을 선물한 시청자는 해당 BJ의 팬클럽 회원이 되어 팬클럽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갖게 된다. 팬클럽 전용 게시판을 이용하거나 방송 제한 인원에 상관없이 방송에 입장이 가능하며, 채팅 시 특별한 글씨색이나 아이콘을 사용할 수 있는 것 등이 그 특권들이다. 아프리카TV에서는 그 외에도 BJ에게 스티커와 초콜릿을 선물할 수 있다. 이는 BJ의 방송진행을 도와주는 유료 아이템이다. 별풍선을 포함한 유료 아이템은 2013년 9월 기준 아프리카TV 수익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세무사까지 두어 가며 세금 관리하는 BJ도

양지영씨는 명실공히 아프리카TV를 대표하는 게임BJ이다. 세무사를 두고 세금을 관리한다는 그녀는 80만명이 넘는 팬을 거느리고 있다.

지난 8월 5일, SBS <생활의 달인> 프로그램에 ‘BJ범프리카’ 김동범씨가 출연했다. 서두에 언급한 먹방 장면의 주인공이다. 거침없는 입담과 상당한 식사량으로 유명세를 탄 그는 방송에서 먹방으로 일주일에 1000만원까지 벌어 봤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소득에 대해 묻자 김씨는 “예전에 한창 벌 때 수익이고 지금은 많이 줄었다”며 “고정급이 아니고 별풍선을 필요할 때 환전하기 때문에 수익이 불규칙적”이라고 했다. 한 달 식비로만 250만~300만원 정도 나간다고 한다. 20대 중반의 대구 청년인 그는 현재까지 누적 시청자 수 1억2200만명을 기록하여 BJ랭킹 10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김씨는 BJ가 만만한 직업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아침부터 먹방을 할 때도 있다. 본방송이 시작하는 저녁 9시 전까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가게와 집을 오가며 방송을 진행한다”며 “방송의 재미를 위해 콘텐츠를 개발하고 시청자들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늘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고 전했다. 자신을 포함해 베스트BJ로 선정된 BJ들은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방송에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먹방 진행자 ‘BJ유도왕’ 최대관씨는 방송 초기에는 유도 관장을 병행했지만 지금은 방송에만 전력한다고 밝혔다. 인기를 얻게 되자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방송을 통해 일반 월급쟁이 수준으로 돈을 벌고 있으며, 수입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BJ들이 이유 없이 욕을 먹는다는 걸 잘 안다. 특히 먹방BJ는 더 심한 것 같다”며 “얼마 전엔 친구들이 ‘BJ도 어떻게 보면 반(半)은 공인(公人)이다’고 말했을 때 깨달은 바가 컸다”고 토로했다.

게임방송 BJ들도 논란을 피해 갈 수 없다. ‘BJ양띵’ 양지영씨는 명실공히 아프리카TV를 대표하는 게임BJ다. 그녀는 인터넷 개인방송을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격상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현재 82만명의 애청자를 거느리고 있다. 앳된 얼굴을 지닌 20대 초반의 양씨는 별풍선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 1월부터 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자신의 방송을 공유하기 시작했는데 30만명이 본인의 채널을 구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상당한 광고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세무사를 두고 수익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씨는 굉장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게임 사업자들과의 미팅과 더불어 틈날 때마다 콘텐츠 개발에 몰두한다. 그녀는 “아프리카TV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콘텐츠 개발자로서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고 있다”며 “시청자들을 방송 내내 잡아 두기 위해 매번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은 굉장히 고된 일”이라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사생활과 관련한 여러 루머와 관련해 “이렇게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알면 결코 엉뚱한 소문으로 나를 비난하지만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적 시청자 416만명을 기록하고 있는 ‘BJ MaDJ’ D씨는 게임 중 실수를 할 때마다 ‘게임BJ 실력이 고작 그 정도냐’는 등의 조롱에 시달린다. “점잖게 대처하려고 하지만 때론 억울할 때도 있다”고 그가 하소연했다. 방송경력 5년이 넘는다는 ‘BJ약쟁이태윤이’ 이태윤씨는 학업과 BJ를 병행한다. 그는 “나처럼 개인 일을 따로 하면서 BJ를 하는 사람들은 인간관계가 끊어지는 것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며 “BJ들도 연예인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자신만의 매력을 강조하고, 실패하면 욕을 먹거나 잊힌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했다.

접속하면 펼쳐지는 은밀한 대화, 여캠방송

속옷을 노출하며 춤을 추는 한 여성BJ. 성인인증만 받으면 접속이 가능하다.

2009년에 인터넷상에서 한 남성 시청자가 유명 여성BJ에게 2000만원 상당의 별풍선을 선물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부 스타급 BJ는 1년에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을 버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처럼 BJ들이 별풍선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벌게 되자 별풍선에 집착하는 BJ들이 늘어났다. 그에 비례하여 방송은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질되어 갔다. 몇몇 여성BJ들은 별풍선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거나 별풍선을 주지 않으면 무시하는 등의 발언을 서슴없이 해서 논란이 되었다. 별풍선 수입을 노리고 선정적인 영상을 연출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별풍선을 구걸하는 여성BJ들을 성매매 여성에 빗대어 ‘별창’이란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는 ‘별풍선 창녀’의 줄임말이다.

현재는 아프리카TV 측이 제재방안을 강화하여 방송 수위를 일정 수준으로 조절하고 있다. 기준을 벗어난 콘텐츠를 방송하는 BJ에게는 즉시 영구 접속금지, 방송정지 등의 제재를 가한다고 한다. 아프리카TV 측 관계자는 “24시간 365일, 일 3교대 형식으로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고 모니터링 전담 직원만 총 20명”이라며 “특히 방송 채널이 가장 많이 개설되는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유해한 개인방송은 모두 자취를 감췄을까? ‘BJ귀범’ 황귀범씨는 “클린 방송을 지향한 이후로 아프리카TV에선 유해한 콘텐츠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팝콘TV’와 같은 사이트는 여전히 선정적인 방송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초창기에 제재가 거의 없던 시절을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직접 팝콘TV에 가입해 보았다. 성인인증만 받으면 성인채널에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토요일 오후 8시8분, 36개의 채널을 실시간으로 방영하고 있었다. 방영채널 중 186명이 시청하여 시청자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에밀레양’의 채널에 들어가 봤다. 여성 진행자가 짧은 원피스를 입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채팅창에는 ‘다리도 가끔 꼬아줘요’, ‘상의탈의 가자’, ‘50두산(추천수 1250) 가면 더 섹시해집니다’ 등의 문구가 수시로 올라왔다. 선물하는 팝콘(별풍선과 동일한 기능의 유료아이템) 개수와 추천 수가 증가하자 노출 정도가 점점 심해졌다.

10시가 되자 필자는 방송에서 강제로 퇴장당했다. 이유를 알기 위해 다시 접속을 시도했지만 들어갈 수 없었다. 해당 채널은 ‘팬방(BJ의 팬클럽 회원들만을 위한 방송)’으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팬클럽에 가입하려면 일정 금액 이상의 팝콘을 선물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그 사이 성인채널은 9개가 더 늘어나 있었다. 이처럼 옷을 벗어 가면서 춤을 추는 방송은 사용자들 사이에서 ‘벗방’으로 불리고 있다. 어떤 채널에서는 가슴을 모두 드러낸 여성이 가슴에 오일을 바르며 시청자들과 대화하고 있었다. 36개의 채널 중 10개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청소년 관람 불가였다.

또 다른 방송국인 ‘라이브스타’에 접속해 봤다. 사이트의 구조와 디자인이 팝콘TV와 상당히 유사했다. 팝콘이 ‘하트’로 대체되어 있는 점을 제외하면 차이점을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이곳의 인기BJ 역시 대다수가 여성으로 청소년 관람 불가 방송을 송출하고 있었다. 오후 9시경에 ‘BJ미니’의 방송에 들어가 보았다. 파란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때때로 속옷을 내비치며 춤을 췄다. 옆의 채팅창에는 ‘30분 되면 팬방 바꿔서 세게 갑니다’란 공지가 떴다. 방송을 나와서 ‘오빠 달리쟝’이란 제목이 붙어 있는 ‘BJ밍밍’의 채널에 접속했다. 빨간 비키니를 입은 여성이 전면에 등장해 춤을 추고 있었다. 100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간간이 ‘하트를 ○○개 선물하셨습니다’란 문구가 뜨는 것을 제외하면 채팅창은 조용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감상하고 있는 듯했다.

아프리카TV에선 인기BJ 랭킹에서 여성BJ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아프리카 헤럴드>의 운영자 A씨는 “여성BJ들은 별풍선만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상당하기 때문에 추천 수에 신경쓰지 않는다. 또한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상위권에 드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팝콘TV를 비롯한 다른 사이트에서는 여성BJ들의 강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인기BJ의 순위 목록에는 상위 50명의 BJ 중 네댓 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여성이다. 그중 대부분의 채널은 프로필에 본인의 외모를 강조한 사진이 등록되어 있다.

여성이 전면에 등장해 본인의 얼굴을 비치면서 진행하는 방송들은 통칭 ‘여캠’으로 불린다. 아프리카TV의 원조 격인 W플레이어가 출범했을 때부터 7년째 개인방송과 연을 맺어 왔다는 ‘BJ DesertEagle’ 이상길씨는 BJ들 사이에서 맏형으로 통한다. 그는 “여캠BJ들은 초창기부터 계속 있어 왔다. 아무래도 시청자들 중에 남성이 많다 보니 여캠방송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 여캠BJ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노출이 잦은 여캠방송들은 법적인 문제가 없을까?

모 방송국의 BJ랭킹. 상위권은 모두 여성BJ들이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은 공중파와 같이 제재할 수 없다”

모든 인터넷 개인방송 사이트들은 음란물 및 노출방송에 대한 방송기준을 공시해 놓고 있다. 하지만 방송의 내용이 기준에 적합한지는 애매모호하다. 팝콘TV 측의 답변을 듣기 위해 팝콘TV의 고객센터에 문의해 봤다. 관계자는 “담당자에게 전화번호를 남겼으니 기다리라”는 답변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라이브스타의 관계자는 본인들도 운영팀과 이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기 때문에 이메일로 문의해 보라고 말할 뿐이었다. 여러 번 이메일을 보냈지만 역시 답장이 없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유해정보심의과의 팀장 정희영씨는 “주파수나 망을 토대로 한 방송의 경우 공공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품위를 훼손하게 되면 제재가 가해진다”며 “하지만 인터넷방송은 방송이 아닌 통신으로 분류되고 통신 서비스는 품위유지의 의무가 없다. 왜냐하면 통신 서비스는 공공이익에 기여하는 수준이 방송에 비해 미미하다고 간주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심의위원회는 유통이 가능한 정보 차단이 핵심 업무이다. 하지만 인터넷 개인방송은 휘발성이 높고 접근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유통정보에서 배제된다. 따라서 정보 단위의 제재가 힘든 실정이다. 정씨는 “유해정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있지만 사실상 24시간 일일이 모니터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플랫폼 사업자에게 시스템의 시정을 하달하는 쪽으로 제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알려 왔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최동식 변호사는 “인터넷 방송은 공중파 방송과 동일선상에서 법을 적용하기 힘든 영역”이라고 했다. 그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콘텐츠나 허술한 보안시스템은 청소년보호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선정적인 콘텐츠에는 형법상 공연음란죄가 적용된다”고 했다. 하지만 콘텐츠의 유해성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해결책으로 “매출액이나 시장점유율이 일정 정도 넘는 개인방송업자에 대해서는 공중파 방송과 동일하게 규제할 수 있도록 방송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인터넷 개인방송과 저작권

저작권으로 보호받는 영상들이 무분별하게 송출되는 점도 간과하기 힘들다. 팝콘TV의 몇몇 채널에서는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영화, 한 시간 전에 종영된 지상파 프로그램 등이 재생되고 있었다. 라이브스타의 한 채널에서는 영화관에서 막을 내린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영화 <더 테러 라이브>가 나오고 있었다. 저작권과 관련이 없음을 굳이 강조하는 방송 제목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대해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의 서재권 선임연구원은 “총괄적으로 봤을 때 저작권 침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방송되는 콘텐츠는 그 특성에 따라 권리가 다르게 부여된다”며 “인터넷 개인방송은 방송을 송출하는 개인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고, OSP(Online Service Provider·온라인 서비스 제공자) 또한 관리 소홀과 의무 불이행으로 처벌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했다. 한편 저작권보호센터 침해대응부서의 최윤호 파트장은 “콘텐츠 제작자나 저작권자에 의해 위임된 저작물에 한해 인터넷상의 유통을 억제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저작물이 불법으로 유통된다고 확인되면 해당 OSP에 복제전송 중단을 요청한다”고 했다. 하지만 “중단 요청을 받은 OSP는 내규(內規)에 따라 조치를 취한다. 사용자에 대한 제재 방안까지는 직접 개입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시정 공고가 단발적인 조치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킬 건 지킨다” 주장

인터넷 방송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 방안은 권고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성인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BJ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라이브스타에서 활동하는 ‘BJ지존’ L씨는 에로배우를 하다가 우연히 4개월 전에 이쪽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녀는 “300~400명이 시청하는 일반방에서는 시청자들과 2시간 정도 수다 떨면서 춤을 춘다. 섹스어필을 위해 속옷을 살짝 노출하는 정도의 수위를 유지한다”며 “하트 100개 이상을 선물하면 들어올 수 있는 팬방은 80~100명 정도가 시청한다. 팬방에서는 상의 탈의가 가능하다. 40분 정도 진행되는데 팬티를 벗고 비스듬하게 서거나 가슴에 오일을 바르는 등 남성이 흥분할 만한 동작을 취한다. 성기 노출이나 유사 성행위 등 심한 장면은 연출하지 않는다”고 했다. L씨는 “성인방송보다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성매매가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성인방송이 불법도 아니므로 비난하려는 사람은 안 보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한 달에 10~12회 방송한다는 그녀가 밝힌 한 달 평균수익은 400만원이다. 시청자 수에 비추어 보면 시청자 한 명이 그녀에게 매달 만 원씩 지불하는 셈이다.

역시 라이브스타에서 성인방송을 진행하는 ‘BJ나오미’ K씨는 누적 시청자 수가 2만명이 넘는 BJ로 수개월째 1위를 고수해 오고 있다. 여러 방송국을 거쳤는데 아프리카TV에서는 방송 내용이 저작권에 위배되어 영구정지당했고 팝콘TV에서는 계약상의 문제로 방송을 못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직장 일을 병행하고 있으며 방송으로만 월 평균 1500만원을 번다고 했다. 직장에서 받는 월급의 5배 정도다. 그녀는 “아프리카TV는 BJ에 대한 제재가 너무 심해 사실상 성인방송을 할 수 없다. 아무래도 이쪽(라이브스타)은 제재가 비교적 약하기 때문에 성인방송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본인의 방송을 볼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 K씨는 “시청자 중 미성년자가 소수 있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포르노를 공유하는 사이트들이 더 나쁜 것 아닌가”며 반문했다. 덧붙여 “나는 지금까지 수위를 지키면서 방송해 왔다. 회사 측에서도 선정성이 지나치다고 간주하면 제재를 가한다.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BJ만 비난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상길씨는 선정성이 부각되는 여캠방송을 회의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여캠 방송은 절대 오래가지 못한다. 시청자들이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를 요구하는데, 결국엔 본인이 먼저 지치기 때문이다. 특히 외모를 내세우는 BJ는 더욱 그렇다”고 했다. 또한 “특정 업체가 전문적으로 여성BJ를 모집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성인방송을 강요해서 돈을 갈취할 목적으로 거래를 하는 것이다. 한 달 수입 300만~400만원을 조건으로 내걸고 장소를 제공하며 방송하게 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올해 7월 2일에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사채 빚을 갚지 못한 여성들에게 인터넷 음란방송 출연을 강요한 혐의로 이모씨 등 사채업자와 인터넷방송업자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건에 대해 인천경찰서에 문의해 봤다. 경찰 관계자는 “두 달도 더 지난 사건이라 언론에 보도된 내용 외에 언급할 사항이 없다. 특히 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사항은 말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하지만 《경향신문》 7월 2일자 기사에 따르면 피해 여성 중 한 명은 C씨이고 그녀가 활동한 방송국이 P방송국임을 추정할 수 있다. 현재 C씨는 작년 7월 24일을 마지막으로 방송을 중단한 상태이다. P방송국의 관계자는 “얘기할 부분이 없다”고 일축했다. 재차 확인을 시도했지만 “업무방해로 법적 대응을 취하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상길씨는 “여성BJ 중에는 깨끗하고 수준 높은 방송을 하는 분이 더 많다. 물의를 일으키는 소수 때문에 다수가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말 인터넷 개인방송 사업자들의 말처럼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소수일까. 그럼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을 제재할 방법은 없을까. 취재를 하면서 이들이야말로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는 이 공간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뚜렷한 대책이 없어 보였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자유로운 인터넷 공간에서 콘텐츠 자체를 막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이용자의 자발적 신고를 활성화하고 인터넷 개인방송을 중심으로 윤리지수를 매기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음란물은 성인물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음란물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내용을 포함하며 유통이 제한된다. 이에 반해 성인물은 개인의 성적 욕구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한정적으로 유통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의 성인방송을 어느 범주로 구분하느냐에 따라 유통의 허용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구분 기준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조항을 만들 수는 있겠으나 결국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